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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선물 연재]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과 시원한 그늘
  • 등록일2007-06-11
  • 작성자북부청 / 홍현정
  • 조회6568
  여름 기운이 물씬 풍기는 요즘 푸른 하늘에 키 높게 아름드리 줄지어 서 있는 플라타너스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플라타너스는 빨리 자라고, 거친 토양에서도 잘 자라며, 추위와 대기오염에도 매우 강해, 도시의 가로수로 많이 심어졌던 나무다. 특히 도시에 떠다니는 분진, 여러 가지 대기 오염 물질들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성장이 빨라 1년에 2미터 씩 자란다고 하니 메마른 도심에 빠른 시일에 푸른 가로수를 만들기에 적합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린잎의 뒷면에 털이 날린다고 하여 가로수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플라타너스의 우리말 이름은 버즘나무다. 그 이름이 버즘나무인 이유는 수피에 있다. 버즘나무의 수피가 사람의 피부에 생기면 보기 좋지 않은 ‘버짐’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홍수희 시인은 <플라타너스가 있는 가을풍경>에서 “제 몸을 떼어 내는 게 어디 아픔 없이 될 일이랴만 다소곳한 몸짓으로 헐벗고 있는 네 모습은......”이라고 하여 플라터너스의 수피 한겹한겹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이 버즘나무가 고대 그리스신화에서는, 여신들 중 단연 최고의 미를 가진 여신, 헬레나의 나무였다. 손바닥을 닮은 버즘나무의 잎은 대여신의 상징하였다고 하니 아마 여신들의 손은 버즘나무의 잎처럼 굉장히 컸나 보다.



  다른 나무들에 비해 나무의 모양이 꼿꼿하지도, 잘생기지도 못하여, 점점 가로수로 심어지는 비율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지름이 1m에 달할 만큼 크게 자라는 동안, 우리에게 많이 베풀고 많이 감싸며 서 있었을 나무를 생각하면, 단순한 가로수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운동장 한쪽 구석에 아주 큰 버즘나무가 있었다. 여름방학이 되기 전 무더운 6월과 7월에 큰 버즘나무 밑에서 한여름 더위를 피해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 놀기도 했던 일이 생각난다. 특히, 갑자기 소나기가 올 때면 큰 나뭇잎을 머리에 이고 뛰기도 했다. 또 가을이 시작될 무렵 동그랗고 딱딱하게 달리는 열매는 우리들의 공격대상이기도 하였다. 주렁주렁 달려 있는 열매를 많이 따서 구슬치기하던 친구가 무릇 생각난다. 시원한 그늘에 있으면....


< 춘천국유림관리소 황윤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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